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혼자 아무것도 없는 곳을 향해 무엇을 그리도 열심히 중얼거렸던가. 내 것이 아닌 말들, 내 것이 될 수 없는 말들, 결코 어디에도 가 닿을 수 없는 말들을. 참으로 부끄럽고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하지만 부끄러움만이 오로지 내 몫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나는 과거에도 부끄러웠고, 지금도 부끄러우며 앞으로도 부끄러울 것임을. 그것이 바로 나 자신임을.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홀로 중얼거리고만 있었던 것이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결국 부끄러워질 거라는 사실을 그때는 전혀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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