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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김정원, Schubert, Fantasy in F minor D.940.

처음엔 를 보지 않았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이 있는 여인과의 사랑이야기라고 해서 그저 그런 통속극이겠거니 생각했다. 김희애와 유아인의 출연이 화제가 되었지만, 나에겐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더구나 케이블에서 하는 방송이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케이블이 공중파보다는 좀 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욕망을 드러내고 있는 곳이므로, 자칫 흥미 위주의,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는 저급한 드라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공중파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막장드라마를 우리는 정말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보고 있지 않는가? 지루함과 노골적인 저급함에 대해서는 공중파나 케이블이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케이블, 특히 종합편성채널에서 하는 드라마라는 선입견을 잠시 접어둔다면, 는 공중파..

오후4시의희망 2014.05.19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거리 한가운데에서 얼굴을 가리고 울어보았지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빈 항아리가 되지 선 채로 기다렸어, 그득 차오르기를 모르겠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갔는지 거리 거리, 골목 골목으로 흘러갔는지 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 거야 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 거야 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둥글게 더 둥글게 파문이 번졌을 테니까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알 수 없었어, 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영원히 죽었어, 내 가슴에서 당신은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다시 깨어났어, 내 가슴에서 생명은 - 한강, 전문, (『서랍에 ..

질투는나의힘 2014.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