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오랜만에 시집을 읽었다. 제목은 한강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몰아치듯 읽지 않고, 하루에 몇 편 씩, 눈으로 혹은 소리내어 서너 번 읽었다. 정신이 산란하여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소리내어 읽는 것도 좋았다. 그러다보니 시집 한 권을 읽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흔해빠진독서 2014.05.09
쓰디쓴 진실 길다면 긴 연휴였다. 오늘은 그 마지막 날. 연휴 동안 나는 제사를 지냈고, 동생 내외와 조카들, 고모와 사촌 동생을 만났다. 가족들과 만나면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이번엔 조금 마셨다.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평소보다 말을 많이 했고, 보이지 않는 벽을 .. 어느푸른저녁 2014.05.06
푸르른 틈새 알 수 없는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말하기가 망설여진다. 언제고 다시 게릴라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며칠 간의 내 상태와 지금의 상태를 비교한다면, 분명 나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주문처럼 중얼거렸던 '괜찮.. 어느푸른저녁 2014.05.01
고통 오늘 하루종일 비가 내리다, 오후 늦게 그쳤다. 조용하고 끈질긴 비였다. 흐린 하늘과 차가운 바람이 사물들의 색을 더욱 우중충하고 서글프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하루종일 우울한 기분에 시달렸다. 누군가 조금만 건드리면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이건 날씨 탓만은 아니.. 어느푸른저녁 2014.04.28
모란 한창 모란이 피고 있다. 향기가 온 사방에 진동한다. 산책을 하다가 막 피기 시작한 모란 가지 하나가 꺾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사무실에 가져다 유리병에 물을 채운 뒤 꽂아 두었다. 모란은 자신의 뿌리가 잘려 나갔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금세 꽃잎을 활짝 펼친다. 덕.. 어느푸른저녁 2014.04.26
봄을 살기, 혹은 견디기 며칠째 계속 목이 뻐근하고 몸이 무겁고 피곤하다. 어제까지는 참을만했는데, 오늘은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정도였다. 그래도 끝까지 일을 마쳤고, 집에 오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누워서 한참을 있었다. 잠이 왔으나, 이대로 잠이 들면 내일 아침에나 깰 것 같아서 억지로 .. 어느푸른저녁 2014.04.22
말, 잔인한 텔레비전에는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전복된 세월호의 실종자 구조작업과 유가족들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텔레비전을 껐다. 끌 수밖에 없었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니,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웠다. 자주 울컥 하는 순간이 찾아와서 가만히 화면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텔레비.. 어느푸른저녁 2014.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