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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희망을 감시해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어쩌면 이전부터 점차적으로 변화의 조짐이 있어왔는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그러므로 당연히 변화의 속도는 순식간처럼 느껴진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컴퓨터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불과 몇 달 사이에 핸드폰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바뀌어간다. 사실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몇 년과 몇 달은 충분히 변화의 속도를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들은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하루 아침에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바뀌고, 하루 아침에 차가 생기고, 하루 아침에 생소한 일을 해야만 한다. 더위가 급격하게 찾아온 것처럼 나는 무방비의 상태로 그것을 맞을 수밖에 없다. 나는 보기좋게 당해버린 것이다. 실제로 하루 아침은 아닐지라도(..

어느푸른저녁 2014.07.14

프란츠 카프카, 『꿈』, 워크룸, 2014.

"문학적으로 보자면 내 생은 지극히 단순하다. 꿈과 같은 내면의 삶을 묘사하는 일이 운명이자 의미이고, 나머지는 전부 주변적인 사건이 되었다. 삶은 무서울 정도로 위축되었고, 점점 더 계속해서 위축되어간다. 그 어떤 일에서도 이처럼 큰 만족감을 얻지 못한다."(29쪽) 꿈을 기록할 수 있을까. 꿈을 꿀 때는 그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만져질듯 생생한 느낌에 사로잡히지만, 깨고 나면 꿈의 잔해, 앙금처럼 남겨진 감정의 찌꺼기만이 남아 있는데. 원인과 결과도 없고, 줄거리도 없으며 언제나 어떤 상황 속에 던져진 채 쫓기는 장면만이 가까스로 생각날 뿐인데. 왜 쫓기는지, 무엇 때문에 그리 급박한 상황에 내몰려야 하는지, 왜 불안함과 슬픔만이 느껴지는지 알지 못한 채. 알 수 없기 때문에, 꿈을 꾸는 동안..

흔해빠진독서 2014.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