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밖에 없었네 정말 거의 하루종일 눈이 내린다. 오후에 조금 그치는가 싶더니 언제부터인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눈발이 굵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오랫동안 내리는 것 같다. 눈 오는 날이 그렇듯 그리 춥지는 않다. 연말이라서 오늘 하루는 좀 정신없이 바빴고, 저녁엔 회식자리에 참석했다. 발령이 .. 어느푸른저녁 2012.12.28
Maximilian Hecker - Dying 처음 이 음악(노래보단 음악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을 누군가의 플래닛(지금은 사라져버린)에서 들었을 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이건 뭔가, 나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이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몰아치지도 않고, 한없이 늘어지지도 않지만, 끝.. 오후4시의희망 2012.12.25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마음의숲, 2012.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 기억할만한지나침 2012.12.22
웃는 듯, 우는 듯 사실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정책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논할 처지가 못된다. 아는게 있어야 무슨 이야기라도 할 것이 아닌가? 다른 이들과 대화를 할 때면 인터넷에서 주워 읽은 여러가지 이슈나 정치적 상황들을 대충 넘겨짚어가며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조심스.. 어느푸른저녁 2012.12.20
W. G. 제발트, 《토성의 고리》, 창비, 2011. 사람들과 만나기만 하면 나는 과거에 이미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생각을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말과 표현과 몸짓으로 말하던 것을 어디선가 보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때 느끼는 몸의 상태는 때로 아주 오래 지속되는, 지극히 낯선 상태와 아주 흡사한데, 심각한 출혈로 야기되는 .. 기억할만한지나침 2012.12.14
W. G. 제발트, 『토성의 고리』, 창비, 2011. 오로지 소설가 배수아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가 써놓은 책 뒷면의 글 때문에. '나는 제발트를 읽었다. 그 이후에도 하루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변한 것은 단 한 가지, 제발트 이전과 제발트 이후가 있을 뿐.' 이라는 문장. 제발트 이전과 제발트 이후란 과연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 흔해빠진독서 2012.12.10
나의 고독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신의 고독을 알아본다 * 요즘은 할 말이 자꾸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 자체가 점차 사라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건 가뭄에 갈라지는 논처럼 건조하다 못해 아픈 일이다. 남아 있는 습기를 모조리 얼려버리는 겨울이라는 계절탓일까? 며.. 어느푸른저녁 2012.12.07
나인 - 가위손 내 두 손은 날카로와 아무것도 제대로 갖지 못해 움켜쥘 때마다 나의 마음을 빼앗길 때마다 상처만 불완전한 내 사랑을 멈출 수 없어 자르고 애써 참아봐도 불행한 내 삶의 구원이라서 너에게 한번도 전하지 못한 말 너에게 제대로 보이지 못한 맘 이기지 못할 상처들에 나를 나를 혼자 .. 오후4시의희망 2012.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