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1. 이번 추석은 비교적 여유롭게 지나갔다. 차례를 지내러 큰집에 내려가지 않은 탓이 클 것이다. 나와 내 아버지는 약간의 음식을 해서 할아버지 성묘를 다녀왔다. 할머니 무덤 옆에 나란히 누워 계신 할아버지의 무덤엔 잔디가 잘 자라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내 이름을 불렀던.. 어느푸른저녁 2012.10.03
마치 내가 노래의 한 부분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쩐 일인지 성시경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그래서 이젠 긴팔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계절이 왔기 때문인가? 이소라는 물론이고, 이상은과 디어클라우드, 성시경의 노래가 귀에 감긴다. 성시경은 한마디로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같은 목소리다. 부드러운 마쉬멜로우.. 어느푸른저녁 2012.09.26
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백원 오후에 출장이 있어 나왔다가 퇴근시간보다 일찍 집에 들어왔다. 출장지에서 만난 동료가 내게 일찍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뭐하냐고 물었다. 나는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허경환 흉내를 내며 '궁금해요? 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백원' 하는 시덥잖은 말을 던지며 웃었다. 그도 따라 웃었지만 .. 어느푸른저녁 2012.09.19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고려대학교출판부, 2006. 당신의 일상이 너무 보잘것없어 보인다고 당신의 일상을 탓하지는 마십시오. 오히려 당신 스스로를 질책하십시오. 당신의 일상의 풍요로움을 말로써 불려낼 만큼 아직 당신이 충분한 시인이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십시오. 왜냐하면 진정한 창조자에게는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보.. 기억할만한지나침 2012.09.09
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 오늘은 오후에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며칠 째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서 오늘은 결심을 하고 병원을 간 것이다. 환절기 때마다 치뤄야하는 통과의례같은 것이지만 그냥 참고 견디기엔 내 인내심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게 머리가 무겁고 몸이 축 쳐.. 어느푸른저녁 2012.09.07
어쨌거나 9월이니까 1. 9월이 되었다. 낮의 뜨거움은 사라지지 않았더라도 공기의 질은 미묘하게 달라진듯 하다. 창을 모두 열어놓고 자다보면 새벽의 서늘한 기운에 잠에서 깨어 주섬주섬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어쨌거나 9월이니까. 2.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어제부터.. 어느푸른저녁 2012.09.04
그는 어디로 굴러가는지 모르는 속이 빈 커다란 드럼통을 왜 그리도 요란하게 굴렸을까 1. 알랭 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라는 책의 감상문을 쓰려다 포기하고 말았다. 아래는 내가 쓰다가 만 것이다. 2. 물질적으로 풍요하여 양질의 고급문화를 향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굳이 측정하려 하지 않아도 우.. 어느푸른저녁 2012.08.30
천 개의 눈을 가진 짐승 그것은 살아있는 짐승과도 같이 성장하거나 소멸한다. 그것은 또한 밤이되면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야성의 눈을 번뜩인다. 어둠은 그것의 본능을 드러내는데 없어서는 안될 요소이다.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그것의 숨은 더욱 거칠어지고, 이빨은 더욱 날카로워지며, 눈은 더욱 빛을 발.. 어느푸른저녁 2012.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