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995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2011.

가오리 씨, 결혼 축하드립니다. 나도 한 번밖에 결혼한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을 잘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별로 좋지 않을 때는 나는 늘 뭔가 딴생각을 떠올리려 합니다. 그렇지만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좋을 때가 많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하세요.(87쪽) * 우리의 인생이란 기억의 축적으로 완성된다. 그렇지 않은가? 혹시 기억이 없다면, 우리에게는 지금 현재의 우리밖에 기댈 곳이 없는 셈이 된다. 기억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어떻게든 자기라는 존재를 하나로 묶고, 동일시하고, 존재의 중추 같은 것을―설령 그것이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더라도―일단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196쪽) * 나는 좀더 제대로 된 말을, 뭔가 좀더 확실하게 마음이 담긴 말을 건넸어야 했다. 그러나 늘 그..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상, 중, 하』, 까치, 1993.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지나친 연민이나 자기비하 혹은 타인에 대한 쓸데없는 동정심 따위에 휘둘리지도 않는다. 쓸데없이 사랑을 구걸하지도 않고, 누군가를 죽일듯이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자신의 삶을 그린다. 하지만 삶이 자신을 휘두르도록 잠자코 보고만 있지는 않..

흔해빠진독서 2012.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