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996

존 쿳시, 《야만인을 기다리며》, 들녘, 2003.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물속의 고기들이나 허공의 새들이나 아이들과 같은 시간 개념 속에 사는 걸 불가능하게 만드는가? 그건 제국의 잘못이다! 제국은 역사의 시간을 만들어냈다. 제국은 부드럽게 반복되는 순환적인 계절의 시간이 아니라, 흥망성쇠와 시작과 끝, 그리고 파국이라는 들쭉날쭉한 시간 개념에 의존하고 있다. 제국은 역사 속에 존재하고, 역사에 대해 음모를 꾸미도록 운명지어져 있다. 제국의 속마음에는 오직 한가지 생각만 있을 뿐이다. 그 생각은 어떻게 하면 끝장이 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 시대를 연장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낮에는 적들을 쫓아다닌다. 그것은 교활하고 무자비하다. 그것은 사냥개들을 이곳저곳에 파견한다. 밤이 되면, 그것은 재앙에 대한 상상을 먹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