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가끔 사진 속 내 모습을 볼 때 나는 당황한다. 이게 내 모습이란 말인가? 사진 속의 나는 거울을 통해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굉장히 어색하거나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짓고 있다. 때론 전혀 어울리지 않게 손가락으로 승리의 포즈까지 취하면서 말이다. 그런 내 모습이 보기 싫어서일까? 나는.. 어느푸른저녁 2008.06.19
망설임 제목을 달 때마다 무척이나 망설인다. 생각난 제목을 일단 입력해놓고 그에 맞춰 글을 쓰다보면 어느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전혀 다른 공간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러니까 글을 쓰고 있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보면 처음 생각했던 제목과는 다르거나 .. 어느푸른저녁 2008.06.14
조지 오웰, 『동물농장』, 민음사, 2005.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오래 전 텔레비전에서 만화 <동물농장>을 본 적이 있다. 그땐 그 만화의 원작이 소설인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보았는데, 어린 마음에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던지 지금도 영상이 또렷하게 기억 난다. 그런 걸 보면 시공을 초월해서 읽히는 고전문학의 .. 흔해빠진독서 2008.06.09
조지 오웰, 《동물농장》, 민음사, 2005. 열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 맞고함질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123쪽) 기억할만한지나침 2008.06.09
타인의 블로그 팝송을 듣다가, 클래식도 듣다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도 좀 읽다가, 인터넷을 하다가 즐겨찾기 해놓은 타인의 블로그를 훑는다. 무언가를 계속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그런 느낌이 들 때 나는 타인의 블로그를 찾는다. 사실 그들을 만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지금은 어떻.. 어느푸른저녁 2008.06.05
히라노 게이치로, 『달』, 문학동네, 2003. 그런 소설이 있다. 환상문학이라고 이름붙여진, 꼭 그렇지 않더라도 소설 속에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보이거나 소설 자체가 아예 환상의 나라에서 펼쳐진다거나, 혹은 현실 속에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예컨데 하루키 소설의 등장인물 중에 말하는 까마귀랄지, 양사나이 같은) 소.. 흔해빠진독서 2008.06.05
난감한 일 오늘 내가 일하는 곳의 상사로부터 책을 한 권 받았다. 레나 마리아가 쓴 <발로 쓴 내 인생의 악보>라는 제목의 자서전이었다. 레나 마리아는 스웨덴 태생으로 태어날 때부터 양 팔이 없고 왼쪽 다리마저 짧은, 기형의 신체를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역경을 딛고 가스펠 가수로 세계를 .. 어느푸른저녁 2008.06.05
자연스러운 것 하루 일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 무척이나 화창한 날씨였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논과 밭, 푸른 가로수들이 태양빛과 어우러져 한 편의 그림 속을 질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 얼굴 가득 웃음이 머금어졌다. 아, 푸르게 탁 트인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새들의 경.. 어느푸른저녁 2008.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