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다 강물 같은 시간을 책과 음악과 따스한 햇살, 간지럼태우는 바람과 매혹적인 나무들을 징검다리삼아 그렇게 건너는 것도 좋겠지 그리하여 그것들과 함께한 낯설고도 익숙한 시간들을 기록하고 그 글들을 징검다리 삼아 성큼성큼 건너는 것도 좋겠지 그것들은 내게 힘이 되리라 모든 길들의 끝에 무엇.. 어느푸른저녁 2008.01.30
한강, 『여수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995. 한강의 첫 소설집을 읽었다. 어둠. 일곱 편의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정서는 바로 어둠이었다. 그 어둠은 때로 슬픔을 품고 있기도 하고, 절망과 맞닿아 있기도 했으나 결국은 죽음을 애인처럼 끼고 있는 것이었다. 가족과 어긋나 있거나, 버려졌거나, 떠돌아 다니는 사람들. 그들은 때로 숨.. 흔해빠진독서 2008.01.29
깨달음은 왜 그리 더디게 요즘은 부쩍 클래식에 관심이 생겨 책도 사보고 음반도 사서 들어본다. 그러면서 느꼈던 것은 클래식이 내게서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언제 어떻게 들었는지는 모르나 어느 순간 내 안에 들어와서 나를 이끌었던 음악들. 처음 들어본 작곡가의 음악에서 익숙한 멜로디들을 발견하는 그 놀.. 어느푸른저녁 2008.01.27
다자이 오사무, 《사양(斜陽)》, 인디북, 2003 기다림. 아, 사람의 삶에는 기뻐하고 화를 내고 슬퍼하고 미워하는 등 다양한 감정이 있지만, 그것은 사람의 생애서 겨우 1퍼센트를 차지할 뿐, 나머지 99퍼센트는 그저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행복의 발소리가 복도에서 나기를 이제나저제나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으로 기다리다 젖어드는 .. 기억할만한지나침 2008.01.25
은희경,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창비, 2007 <새의 선물>을 읽었을 때를 기억한다. 아마도 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그 소설로 인해 나는 은희경이란 작가를 알게 되었고, 책 속에 담긴 냉소적인 시선과 위악적인 포즈에 한껏 매료되었었다. 책의 거의 모든 문장에 줄을 칠 정도로 공감하였고, 냉소와 위악을 통해 삶을 농.. 흔해빠진독서 2008.01.23
은희경,《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창비, 2007. 그때부터 나의 공상이 다시 시작됐어요. 가령 이런 거예요. 이 세상에 나는 여러 개로 흩어져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 살고 있고 수줍은 나도 있고 말 잘하는 나도, 어리석은 나도, 그리고 아름다운 나도 혐오스러운 나도 다 있어요. 그것들은 흩어져 존재하지만 어느 한순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면 .. 기억할만한지나침 2008.01.22
문제 문제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가. 문제가 있다면 누구에게 있는가? 나에게? 너에게? 우리 모두에게? 문제는, 무엇이 문제이고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지 알면서도 고치려 들지 않는 데에 있다. 실로 심각.. 어느푸른저녁 2008.01.16
편지 메일을 정리하다가 문득 예전에 온,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메일을 열어본다. 의외로 많다. 잊혀진 사람들이, 점차 사용하지 않는 이메일처럼 쌓여있었다. 내가 보낸 메일도 그들의 메일함에 먼지 덮힌 문서처럼 쌓여있겠거니 생각하니 왠지 서글퍼졌다. 그땐 그런 메일을 주고 받으.. 어느푸른저녁 2008.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