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미 한때 소년이었고 소녀였으며, 덤불이었고 새였고, 바다에서 뛰어오르는 말 못하는 물고기였으니." 핸드폰 사진첩을 둘러보다가 언제 찍었는지 모를 사진을 발견했다. 언젠가 도서관에 갔을 때 찍었던 것일까? 책의 뒤표지인 것 같은데, 시집일까, 소설일까? 누구의?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이 없어 포기하다 문득 책상 위 책더미에서 시집 한 권을 꺼냈는데, 그것은 진은영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라는 시집이었고, 이 사진 속 문장들은 그 시집의 뒤표지에 실린 '작가의 말' 같은 것이었다. 한때 '소년이었고 소녀였으며, 덤불이었고 새였고, 바다에서 뛰어오르는 말 못하는 물고기'였던 나는 서로의 '나'를 기억할까. 나는 아마 사랑의 윤회보다도 기억의 윤회를 믿고 싶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