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시월의숲 2005. 3. 20. 13:06
영화 '일포스티노'는 칠레의 유명한 시인인 네루다가 이탈리아의 한 어촌 마을에 머무르게 되면서 그의 우편물을 배달하게 되는 마리오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무식하지만 시적 감수성이 풍부한 마리오는 어느날 네루다에게 그가 쓴 시의 한 구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그러자 네루다는 말합니다.

'시는 설명하려고 하면 진부해지고 만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합니다.

'시를 써보고 싶으면 저기 보이는 해변가를 걸어보라. 시를 가장 잘 이해하려면 그 시의 상황에 자신이 직접 처해 보아야 한다.'

물론 오래전에 본 영화라 정확한 대사는 아니겠지만 대충 그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 말이 왜 그토록 내 머릿속에 강한 여운으로 남아있던지요.

직접 느껴보는 것. 그 시의 심정이 되어 보는 것. 더 나아가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그것이 자신과는 다른 무엇(시 뿐만이 아니라 사람 혹은 모든 현상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열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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