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화사하게 빛나는 오후의 캠퍼스.
머리는 도서관에 가라고 하는데,
발길은 도서관과 반대방향으로 가더군요.
발길 닫는데로 걸어서 도착한 곳은
텅 빈 강의실.
햇살이 비쳐드는 창가에 앉아 창 밖을 내다봅니다.
자꾸만 푸르러지는 산을 바라보니
내 눈마저 푸르러 지는듯 했어요.
아침엔 흐린 날씨였는데,
오후가 되니 화창히 개었습니다.
텅 빈 강의실에는
아무렇게나 놓여진 의자와 칠판, 투명한 창과
그 창으로 비춰드는 햇살과, 창 밖의 풍경이 있습니다.
더 무얼 바랄수 있을까.
텅 비어있다는 것.
법정 스님은 그것을 텅 빈 충만이라고 표현했었죠.
사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무얼그리 꽉꽉 채우려고만 하는지.
비어있음이 이렇듯 꽉찬 느낌을 가지게 하는데 말입니다.
-20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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