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잘 알려진 작가 로알드 달의 단편집인 <맛>을 읽고 든 느낌이다. 이 책엔 모두 열편의 짤막짤막한 소설이 실려 있는데, 맨 첫 번째 소설을 읽으면서 예감했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과연! 기막힌 반전 때문일까.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여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이 소설에는 있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유머로 충만한 작품이랄까. 한마디로 정말 ‘맛’있는 소설이었다.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소설들의 줄거리를 일일이 나열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줄거리를 얘기해 봤자 이 소설들이 가진 특유의 경쾌한 매력을 드러낼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책에 실린 모든 소설들이 반전을 감추고 있고 그것이 전체 내용과 적절하게 녹아들어 있다는 것만 말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어떤 이들은 이 소설을 읽고 작가가 반전 강박증이 있다느니, 글에 깊이가 없다느니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기꾼처럼 은근히 눙치면서 넉살좋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정말 탁월하다. 독자에게 내기를 거는 듯한 그 능청스러움이라니! 하나하나의 소설들이 각각 완벽하게 세공된 보석 같았다.
이러한 상황 설정과 반전의 제시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 것인지.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사 절로 나온다. 만약 살아있고 말이 통한다면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 작가이다. 내가 말을 할 틈도 없이 재미있는 말을 계속 쏟아내지 않을까? 아,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재밌는 작가를 또 한명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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