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독서

진중권,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휴머니스트, 2008.

시월의숲 2008. 5. 11. 15:41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진보적이고 독설적인 화법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논객, 진중권의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을 읽었다. 그동안 그의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만 굴뚝 같고 어쩐 일인지 한 권도 읽지를 못하다가 이번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이라니!

 

어려운 철학 이론들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내심 마음을 졸이고 읽었는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많은 이론가들의 이름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이 읽는데 방해될 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의 사상을 저자의 뚜렷한 주관에 입각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아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저자가 상상력 혁명을 주장하기 위해 택한 각각의 놀이 혹은 예술들(애너그램, 체스, 주사위, 광대, 인형풍경, 그림자 놀이 등)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놀이와 예술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불꽃놀이와도 같은 상상력, 그 상상력으로 인해 놀이와 예술은 하나가 된다. 그 놀라운 광경! 저자는 그러한 광경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두루 살피면서 이 한 권의 책을 만들어냈다. 앞으로는 상상력 혁명의 시대라는 그의 말에 십분 공감한다. 정보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상상력을 현실화시키고 또한 가속화시킬 것이다.

 

저자는 상상력 혁명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어떠한 정치적, 도덕적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그러한 상상력으로 가득찬 세상은 어쩌면 악몽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미래의 윤리학은 상상력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 앞에 그같은 물음은 무언가 핀트가 맞지 않아보인다. 저자는 놀이와 예술의 벽을 허물어버리는 상상력의 그 무한하고도 천진한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에너지는 분명 긍정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책을 읽고 생각했다. 상상력. 그것으로 나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늘 무언가에 막혀있고, 고리타분하고, 답답하고, 변화를 싫어하지만 한편으로는 절실히 변화를 갈망하는 모순. 그러한 모순적인 내 안의 카오스를 코스모스와 결부시킬 수 있다면. 진정 카오스모스가 될 수 있다면. 혼돈 속에서도 질서가 있는 내가 되고 싶다. 그러자면 상상력! 앞서 말한 상상력이 여실히 필요할 것이다. 어떻게?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 사물의 여러가지 면을 살펴 보는 것. 아, 상상력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