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독서

김찬호, 『문화의 발견』, 문학과 지성사, 2007.

시월의숲 2008. 6. 29. 15:49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예를 들어 노래방이랄지 피씨방, 찜질방, 지하철, 커피숍, 동물원 같은 곳들을 새삼스럽게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어떤 장소 혹은 사물이 어떻게 해서 지금의 문화적 양상을 띠게 되었는가, 과거로부터 어떻게 생겨나고 변화되어 지금에 이르렀는가? 그것을 들여다보는 일은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누리고 있는 여러 문화적 혜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길임과 동시에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우리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문화가 무엇이냐고 딱부러지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과학, 정치, 경제, 종교, 예술... 그 모든 것들이 다 문화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그 모든 문화들은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내려오는 전통적인 문화들도 사실 시대적 상황에 맞게 변화되어 온 것들이다. 예전에 하던 것 그대로 지금까지 내려오는 경우는 드물다. 변하지 않고 내려오는 것은 문화의 외양이 아닌 정신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여러 한국적 문화들이 나타난 배경을 짚어보는 일은 결국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재를 이해하기 위함일 것이다. 어느 것도 그냥 생겨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나름대로 역사를 지닌다. 그 배경을 들여다보고 안 좋은 것은 고치고 좋은 것은 더욱 발전시켜 나가려는 정신. <문화의 발견>은 그러한 정신을 일깨워준다. 물론 그리 새롭다거나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반복적인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가 접하는 일상적인 것들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는 일은 중요하다. 그리하여 새롭게 문화를 '발견'해내고 나아가 새로운 문화를 '발명'해 내는 일이야말로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의무일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