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징징대지 않기

시월의숲 2008. 12. 12. 23:13

내 능력에 관한 심각한 고민을 한다. 내가 이것 밖에 되지 않았나, 도무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 고작 이 따위의 일도 제대로 못한단 말인가 등등... 나열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자책들이 오늘 나를 괴롭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라도 풀지 않으면 상한 속을 어찌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건 내 능력에 대한 자괴감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일까? 아마 두 가지 다 해당될 것이다. 오늘 내가 한 일이라고는 하루종일 같은 일을 계속 수정하고, 수정하는 것이었다. 속상하고 슬픈 일이다. 아... 징징거리긴 싫지만 자꾸 이런 말만 하게 된다. 이게 더 슬픈 일인가.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긴 하지만, 일단 집에 오면 그곳에서의 일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싶은 것이다. 지금처럼 방 안 컴퓨터 앞에 앉아서까지 이런 글이나 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다 잊혀진다고 해도 말이다. 일 때문에 속상하고, 그것 때문에 집에까지 와서 속상하다는 글이나 쓰고 있는 나 자신의 나약함 때문에 또 속상하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그 자리에서 툭툭 털어버리면 편할텐데.

 

지금 내가 속상해야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어야 한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속상해야 하고, 또 그것을 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속상해야 하는 것이다. 자괴감이나 쓸데없는 자존심 따위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듯 깨끗히 치워버려야 한다. 정신을 맑게 하고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만 생각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재미없는 글은 당장 집어치워 버려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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