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쓸쓸한 위로

시월의숲 2008. 12. 14. 21:58

모든 감정의 맨 밑바닥에 공통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슬픔이 아닐까? 한없는 기쁨도, 끝없는 절망도, 죽음같은 수치심과 불같은 증오와 차가운 고독도 모두 그 심연에는 슬픔이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세상은 슬픔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은 그 중에서도 가장 슬픈 존재라는 생각. 그리고 그런 인간의 모든 감정도 결국엔 슬픔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 그런 생각은 나를 더욱 커다란 슬픔에 잠기게하기는 커녕 오히려 쓸쓸하지만 따스한 위안을 준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 슬플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아주 기쁠 때나 누군가를 죽도록 증오할 때, 배신을 당했을 때, 혹은 깊은 감동을 받았을 때 우리는 눈물을 흘린다. 아니, 눈물이 절로 몸에서 흘러나온다. 이것이 앞서 한 말의 증거가 아닐까? 이미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슬픔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나는 그리 슬퍼할 일도 없는 것이다. 원래 그런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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