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별이 지나가는 길을 본 적 있니

시월의숲 2009. 1. 23. 21:13

0.

별이 지나가는 길을 본 적 있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있는 것처럼.

 

 

1.

이상은의 소울메이트라는 노래를 듣고 있다. 이상은 특유의 까슬까슬하고도 여운이 남는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 내 가슴 속에 울린다. 날이 더 추워져서일까? 설 연휴를 맞아 다들 분주히 선물을 주고 받는 사람들 틈에 휩쓸려 나도 큰댁에 드릴 선물을 하나 샀다. 새해의 첫 날보다도 더욱 처음같은 느낌. 무언가를 기념하고, 선물하며, 찾아가 본다는 것이 쓸쓸하면서도 새삼 애틋하다.

 

 

2.

며칠 날이 풀리는가 싶더니 다시 한파가 몰려왔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길을 걷다가 깜짝깜짝 놀랐다. 저 강원도인가 경기도에는 눈이 많이 내린다는데 걱정이다. 4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길인지라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어쩌면 명절이란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날인지도 모르겠다. 뭐, 그래도 어쨌든 가야하니까.

 

 

3.

밤하늘을 본지가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상은의 노래 때문인가? 별이 지나가는 길, 을 본 적이 오래되었다는 느낌, 뭔가 잊고 있었다는 느낌 때문에 알 수 없는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오래전에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어쩌면 빛만 남겨놓고 실제로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존재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보는 그곳에는 이미 없는. 별빛은 저리도 생생히 빛나건만. 영혼의 친구란 그런 것일까? 그건 사랑하는 존재와는 다른 것일까?

 

 

4.

소울메이트란 보이지는 않지만 있는 것처럼, 별이 지나가는 길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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