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이미 너무 늦은

시월의숲 2021. 7. 4. 01:00

이 기분은 무얼까.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들의 리그를 만들며 잘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홀로 살아가고 있는 듯한 기분. 이건 나 자신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스스로 자초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때로 그것이 견딜 수 없을만큼 내 숨통을 조여온다. 나는 이미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나 스스로 고립되기를 바라고, 인간관계의 얽히고 섥힘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아무것도 그 누구도 나를 간섭하지 않기를 바랐건만, 그런 내 성정이 거꾸로 내 목을 조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나는 때로 견디기 힘들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내가 어떤 상태이기를 원하는가. 이 모든 생각들이 이제는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눈물은 나지 않지만 정말 울고 싶어진다. 나 자신의 우유부단함과 모순이 너무나도 징그러워서. 이런 자기연민만큼 꼴보기 싫은 것도 없겠지만, 어쩐지 한없이 꼴보기 싫어지고 싶은,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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