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시집을 펼친다. 툭, 떨어지는 종이 조각 하나. 뭔가 싶어 보니, 십 년도 더 된, 누가 쓴 것인지도 기억나지 않는(그저 짐작만 할 뿐인) 짧은 메모 한 장.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비가 와서 기분이 정말 좋아요. 책 잘 읽었어요."
메모를 접어 다시 책갈피에 꽂아 둔 후, 시집의 제목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제목은 다름 아닌 <사랑>. 사랑이라니! 예나 지금이나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어쩌면 시집의 진정한 기능은 따로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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