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선물은 많은 얼굴을 가진다

시월의숲 2022. 8. 8. 15:28

 

문득 오래전에 본 샤를로뜨 갱스부르 주연의 <제인 에어>가 생각났다. 안나 파퀸이 어린 제인 에어로 나왔던. 영화 속에서 제인 에어는 로체스터에게 "A presents has many faces"라고 말한다. 나는 그 영화를 생각하면 그 장면이 유독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는 그때 무슨 영문인지, 한 인간이 가진 다양한 본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 영화가 생각난 것인데, 물론 그 대사는 선물의 다양한 면(의도)에 대해서 한 말이었지만, 그 문장 속에 들어있던 'faces'라는 단어 때문에 아마도 '다양한 본성'에까지 생각이 미친 것이리라.

 

두서도 맥락도 없는 내 생각은, 인간의 어떤 면이 본성이라면 바뀔 수가 없는 것인지, 바꿀 수 있다면 바꿔야만 하는 것인지, 본성을 솔직히 인정하고 드러내야 하는 것인지, 가면을 쓰고 사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좋은 것인지 하는 식상한 것들이었다. '선물만이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걸 나는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결코 변하지 않는 인간의 어떤 부분이 때로 슬픔을 동반하기도 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인지도. 그것을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서 발견할 때의 그 슬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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