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말하다》, 문학동네, 2015. 나는 작가라 여러분에게 성공하는 법 같은 것은 가르쳐줄 수가 없다. 작가는 실패 전문가다. 소설이라는 게 원래 실패에 대한 것이다. 세계명작들을 보라. 성공한 사람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은 기껏 고생해서 커다란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상어들에.. 기억할만한지나침 2016.01.09
어쩌면 아주 잠시 기절했던 것일지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간 것도 같고,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나간 것도 같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일수도 있고, 아주 짧은 시간이 오래도록 지나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무엇이든 지금은 불에 탄 자국처럼 선명하게 느껴지는 화끈거림, 얼떨떨함만이 강렬하다. 어쩌.. 어느푸른저녁 2016.01.07
불확실한 숲 아직 젊은 시절, 우리는 불분명하게 술렁이는 숲 속 높은 나무들 아래를 걸었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던 중, 갑자기 눈앞에 개활지가 나타나면 우리는 문득 멈추어 섰다. 달빛 아래 환하게 드러난 개활지는 호수가 되었다. 나뭇가지들의 그림자가 어지러운 호수의 가장자리는 밤 자체보다 .. 불안의서(書) 2015.12.26
편혜영, 『선의 법칙』, 문학동네, 2015. 아마도 이 책을 집어 든 사람들이 다들 궁금해했을, 제목에 쓰인 '선'이 線인지 善인지, 나 또한 궁금했다. 그래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끝까지 이 소설을 읽었다. 처음에는 두 주인공인 윤세오와 신기정의 궤적(線)을 쫓아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 궤적이 만나는 지점에 이.. 흔해빠진독서 2015.12.21
편혜영, 《선의 법칙》, 문학동네, 2015.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절, 벗어나고 싶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던, 벗어나 도달한 곳이 다시 벗어나야 할 곳이 되던 시절, 밤과 낮이 같고 여름과 겨울이 같고 오늘과 내일이 같은 시절이었다. 생각해보면 지금과 별다르지 않았다. 당시는 그걸 몰랐다. 생의 가장 .. 기억할만한지나침 2015.12.20
삶과 꿈 나는 단 한번도 깨어 있었던 적이 없다고, 나는 거의 확신한다. 내 삶이 곧 내 꿈인지, 혹은 내 꿈이 곧 삶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나에게 삶과 꿈은, 서로가 서로에게 교차하고 뒤섞이며 서로가 서로의 내부로 침투하여 내 의식의 성분을 형성하는 두 요소인지도 모른다.(489쪽, 페.. 불안의서(書) 2015.12.19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은 것일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원하지 않는 것을 원하는 것일까. 혹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원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일까. 큰 변화를 바라지 않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일까. 안정된 삶. 나는 그것을 쫓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대로 여기까지 왔다.. 어느푸른저녁 201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