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지나가는 것과 스며드는 것 1. 두 권의 책을 읽었고, 영화를 보았으며, 어딘가를 다녀오기도 했다. 약속이 거의 없는 내게, 하루에 두 가지의 약속이 생기기도 했으나, 두 번 다 이루어지지 못했다. 약속이 취소되는 경우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하나의 약속으로 인해 다른 하나의 약속을 거절했고, 그 하.. 어느푸른저녁 2016.03.05
우리가 얼마나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서로를 위하고 있는지 오 타인들이여, 당신들은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았는가. 우리가 얼마나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서로를 위하고 있는지를? 그러면서도 우리가 얼마나 서로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서로를 보지만, 서로를 보고 있지 않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지만, .. 불안의서(書) 2016.03.04
오래된 책 마음속에 그런 열망을 품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알 수 없는 이유로 한 작가의 책을 전부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고자 지금은 품절되고 절판되어 살 수 없는 책들을 중고로 구입했다. 이사가 잦아서 .. 어느푸른저녁 2016.02.25
울진 가는 길 모임이 있어서 울진에 다녀왔다. 한 칠, 팔 년 전에 직장 때문에 버스를 이용해서 울진에 다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산을 타고 넘어가던 그 구불구불한 길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가보니 도로 공사로 인해서 터널이 세 개나 뚫려 있었다. 아직 공사가 완성되지.. 어느푸른저녁 2016.02.22
제발트, 《현기증, 감정들》, 문학동네, 2014. 나는 테라스의 열린 문 근처 탁자에 앉아 그간 기록한 메모들과 짧은 스케치들을 펼쳐놓었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서로 무관하게 일어난 사건들, 그렇지만 나에게는 동일한 기운의 영향 아래 일어났다고 보이는 사건들의 은밀한 교류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92~93쪽) * 나는 제발트.. 기억할만한지나침 2016.02.22
감정들 그저께부터 계속 흐리고 비가 왔다. 나는 밖에 나가지 않고, 금요일 저녁 음주로 인한 숙취를 달래는데 토요일을 보냈다. 오늘도 늦게 일어나 아침겸 점심을 샌드위치로 간단히 떼우고, 책을 읽다가 인터넷을 하다가 했다. 고요하고 평화롭지만 너무 무기력해지는 것 같아 산책을 하기로 .. 어느푸른저녁 2016.02.14
가련한 사람들 조용한 설이다. 적어도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분주하지 않고, 북적이지 않고, 고요하기까지 하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어제는 안동에서 버스를 타고 울산을 갔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를 만나고, 전을 부치고, 나물을 다듬고, 막걸리를 마셨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드라마 몇 개를 보았.. 어느푸른저녁 201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