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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베이는지도 모르게 뭉텅뭉텅 베어져 나간 내 시간의 살이여. 나는 그 시간을 살고 있지만, 내가 사는 이 시간을 알 수가 없어 늘 어리둥절하다. 나는 살고 있지만, 살고 있음을 모르는 이 아이러니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나는 그저 모르고만 있다가, 어느 순간 아찔해져 고개를 들어보면 이미 저만치 무언가 지나갔고, 내 안의 무언가가 이미 빠져나갔다. 나는 길 잃은 아이처럼,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아이처럼, 그저 허망하게 울 수밖에 없는 것인가. 내가 방금 지나온 길을 알지 못하고, 내 손에 무엇이 들려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그저 멍한 얼굴로. 그렇게 시간을, 내 안의 무언가를, 나는 자꾸 흘리고만 있음을. 시간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며칠 전 만났던 ..

어느푸른저녁 2015.11.16

내가 어디에 있든지 나는 여기에 있지만 여기에 있는 건 내 현상뿐

침대에 누운 나는 1초 간격으로 숨을 헐떡거려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그 숨가뿜은 점점 더 확연하게 심해지는 중이었다. 미칠 듯이 숨을 몰아쉬며 공기를 폐 속으로 빨아들여도, 도리어 그 호흡 행위로 인해 그나마 있던 산소가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만 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더더욱 ..

어느푸른저녁 201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