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언제 베이는지도 모르게 뭉텅뭉텅 베어져 나간 내 시간의 살이여. 나는 그 시간을 살고 있지만, 내가 사는 이 시간을 알 수가 없어 늘 어리둥절하다. 나는 살고 있지만, 살고 있음을 모르는 이 아이러니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나는 그저 모르고만 있다가, 어느 순간 아찔해져 고개를 들어보면 이미 저만치 무언가 지나갔고, 내 안의 무언가가 이미 빠져나갔다. 나는 길 잃은 아이처럼,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아이처럼, 그저 허망하게 울 수밖에 없는 것인가. 내가 방금 지나온 길을 알지 못하고, 내 손에 무엇이 들려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그저 멍한 얼굴로. 그렇게 시간을, 내 안의 무언가를, 나는 자꾸 흘리고만 있음을. 시간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며칠 전 만났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