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문학동네, 2012. 한스는 오후 내내 하일너를 생각했다. 대체 어떤 아이일까? 한스가 갖고 있는 걱정과 소원이 그에게는 아예 없었다. 하일너는 그만의 생각과 말을 가지고 있었고, 남들보다 더 자유롭게 살았다. 이상한 고민을 하며 괴로워하고, 주위 사람들을 다 경멸하는 듯했다. 또 오래된 기둥과 담장.. 기억할만한지나침 2015.02.11
무한의 사막과 우주적인 잠 현실을 환상의 한 종류로 받아들이고 환상을 현실의 한 종류로 받아들이기. 이것은 쓸데없는 일이면서 동시에 불가피한 일이다. 관조적인 삶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삶의 실제 사건들을 도달하지 못할 결과의 산발적인 전제로 간주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관조적인 삶은 반드시 실제적이지는 않은 꿈의 성격에도 모종의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우리가 꿈에 대해서 갖는 관심 자체가 바로 우리를 명상적인 인간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은 그것을 관찰하는 방식에 따라 기적이 될 수도 있고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방법이 될 수도 있고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사물을 항상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사물을 새롭게 갱신한다는 것이며 다층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조.. 불안의서(書) 2015.02.08
그건 네 생각, 이건 내 생각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과의 대화란 그 자체로 이미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런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않거나, 아예 만나지 않는것이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까.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면? 사회생활.. 어느푸른저녁 2015.02.07
김연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문학동네, 2013. 모두 열한 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재작년에 나온 책이고, 나오자마자 책을 구매했지만, 최근에서야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다른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김연수에 대한 흥미가 식은 것도 아니건만, 어쩐지 책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김연수의 책을 꼬박꼬박 읽고 .. 흔해빠진독서 2015.02.02
누군가 내 삶으로 나를 내 꿈은 천둥이 치고 우박이 쏟아질 때 몸을 숨기는 우산처럼 어리석은 도피처에 불과하다. 나는 그토록 느려빠졌고, 딱하고, 몸짓은 참으로 빈약하고, 행동은 참으로 미약하다. 내가 나 자신 안으로 숨어들면 들수록, 내 모든 꿈의 소로는 불안을 향해 나를 이끈다. 그토록 꿈에 사로잡혀 .. 불안의서(書) 2015.01.28
당신의 방은 어디입니까 아마도 소설가 신경숙이었을 것이다. 요즘같이 노트북이 있어 어느 곳에 있든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글을 쓰기 위해 항상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반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워낙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지에서 주로 글을 완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푸른저녁 201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