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나무에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맘때의 나무에는 적어도 내 마음을 훔치는 무언가가 있다. 더위에 지쳐 축축 처지는 짙은 녹색의 여름 나무와, 화려함과 쓸쓸함을 함께 지니고 있는 가을의 나무와, 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 남아 스산한 겨울의 나무에는 없는, 연둣빛의 새순.. 어느푸른저녁 2015.04.24
따사로운 햇살과 연둣빛 바람 지하철에서 내려 걷다가 지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에 서서 문득 위를 올려다보았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을 잡아끄는데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햇살 때문이었을까. 햇살을 머금고 있는 연둣빛 나뭇잎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살랑거리며 부는 바람 때문이었을까. 오.. 어느푸른저녁 2015.04.22
비밀스럽고 희미한 개인 우리의 삶은 타인들에게 비밀로 남도록 만들어졌다. 그래서 우리를 잘 아는 사람들이, 더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오인하게 된다. 나는 그 점을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으면서 모종의 예술적 직감으로 내 삶을 자연스럽게 그런 식으로 형성해왔다. 나 자신조차 나를 금방 알아.. 불안의서(書) 2015.04.19
편혜영, 『밤이 지나간다』, 창비, 2013.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딱히 털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아들 몰래 간직해온 비밀이나 이사를 할 때마다 잊지 않고 챙겨온 편지 상자 같은 건 없었다. 남편 몰래 누군가에게 받은 반지도 없고 그런 것을 받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아무리 되돌아봐도 일생을 통틀.. 흔해빠진독서 2015.04.13
벚꽃통신 벚꽃이 만개했습니다. 저 남부지방에는 벌써 진 곳도 많다지만, 아직 내가 있는 이곳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지금이 한창 절정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며칠 날씨가 춥고 비마저 오는 바람에 한창 피려고 하던 벚꽃이 주춤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쌀쌀한 날씨와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야속하.. 어느푸른저녁 2015.04.09
Estas Tonne - The Song of the Golden Dragon * 우연히 발견하게 된 음악과 뮤지션. 넋을 놓고 봤다. 보는 동안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9분이 이렇게나 짧은 시간이었던가? 순식간에 무언가 휙 하고 지나갔다. 지나간 자리에 칼자국 같은 선명한 흔적만이 남았다. 마음 속에 남은 흔적을 통해 무엇이 지나갔는지 곰곰히 되짚어 보.. 오후4시의희망 2015.04.08
제프 다이어,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웅진지식하우스, 2014. 아마도 이 책을 소개하거나, 감상문을 적기 위해서는 반드시는 아닐지라도 거의 이 말을 언급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요가책이 아닙니다. 여행서입니다.'라고. 맞다. 이 책은 제목처럼 '요가책'이 아니다.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여행책'이다. 제프 다이어라고 하는, 영국 출.. 흔해빠진독서 201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