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詩 * 마치 12월이라는 것을 알리듯이, 오늘, 눈이, 왔다. 눈 때문에, 11월과 영원히 작별해버린듯 느껴진다. 작년에는 11월 말에 눈이 온 것 같은데. 어찌 되었든 12월이 되었고, 눈이 왔고, 추위가 들이닥쳤다. 내일은 한파주의보가 발령될 거라고 누군가 말했다. 내일 현장체험연수를 가기로 되.. 어느푸른저녁 2014.12.01
정동진 정동진은 생각보다 포근했다. 어떤 기후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따뜻한 날씨에 조금 놀랐고, 생각보다 넓지 않은 모래사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정동진을 지금의 정동진으로 있게 해 준, <모래시계>를 보지 못했으므로 나는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정동진을 보고 왔는지.. 어느푸른저녁 2014.11.29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문학동네, 2014. 여전하다. 여전히 그는 젊고, 위트 있으며, 쿨하고, 가벼우면서도 무겁다. 누군가는 자기복제가 심하다고 비판할 것이고, 먹는 것과 섹스,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빼면 남는 게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생각건대, 그 말은 모두 사실이면서 교묘하게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이번에 나온 하.. 흔해빠진독서 2014.11.23
선물 하루키의 소설집을 처음 가지게 된 날을 기억한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해서 멍한 얼굴로 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학과에서 문집 비슷한 것을 만들었는데, 거기 편집을 맡은 친구가 아무 내용이라도 좋으니 글을 좀 써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때는 한창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어느푸른저녁 2014.11.22
나를 찾아줘 긴 장편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알고 봤더니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요즘 뭐 볼만한 영화가 없나 하고 찾다가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반전에 대해서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반전은 하.. 봄날은간다 2014.11.18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문학동네, 2014. "하지만 가후쿠 씨,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 해도." 가후쿠는 말했다. "우리는 이십 년 가까이 함께 살았고, 친밀한 부부이자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어. 어떤 일이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고 말이야.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나에게 치명적인 맹점 같은 게 있었는지도 몰라."(49쪽, 「드라이브 마이 카」) * 좀 자야겠다고 가후쿠는 생각했다. 한숨 푹 자고 눈을 뜬다. 십분이나 십오 분, 그쯤이다. 그리고 다시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한다. 조명을 받고 주어진 대사를 한다. 박수를 받고 막이 내려진다. 일단 나를 벗어났다가 다시 나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온 곳은.. 기억할만한지나침 201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