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대 내가 살고 있는 사택의 입구에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금도 피어있긴 하지만 이젠 지고 있다고 말해야 하리라.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장미꽃을 보는 일은 뭐랄까, 나한테만 허락된 축복처럼 느껴진다. 한창 그 붉음이 절정에 달했을 때, 문득 사진을 찍고 싶다는 격렬한 .. 어느푸른저녁 2012.06.06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민음사, 2007. 함정임은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이라는 책에서 '감탄하는 것도 능력이다'라고 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 말을 무슨 주문처럼 되뇌이며 점차 감탄하는 일 없이 매사 무감해지는 나를 질책하곤 했다. 그래서일까. 온통 느낌표의 향연인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은 격정적이고 .. 흔해빠진독서 2012.05.29
뮤지컬! '셜록 홈즈-앤더슨가의 비밀'이라는 뮤지컬을 보았다. 세상에, 뮤지컬을! 생전 처음 보는 뮤지컬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이고 상도 많이 받았으며 전석이 매진되는 등 상당히 주목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사는 내게 이.. 어느푸른저녁 2012.05.28
잘 지내나요 * 저녁을 좀 짜게 먹었는지, 자꾸만 물을 마시고 싶다. 아무래도 미역국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은 모양이다. 갈증이 나는데, 배가 고픈듯도 하고, 뭔가 허전한 기분도 든다. * 무언가 휙하고 지나가긴 하는데, 그게 시간인지, 내가 흘린 감정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5월은 아직 10일이나 .. 어느푸른저녁 2012.05.21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민음사, 2007. 욕망하는 것은 득이 되고 또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도 득이 된다―왜냐하면 욕망은 그렇게 함으로써 증가되니까. 내 진실로 그대에게 말하나니, 나타나엘이여, 욕망의 대상의 늘 거짓될 뿐인 소유보다는 매번 욕망 그 자체가 나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느니라.(21쪽) * 나타나엘, 그대를 닮.. 기억할만한지나침 2012.05.16
걷기만 하네 녹음은 점점 짙어지고, 바람이 많이 불고, 창을 열어 놓으면 노란 송화가루가 방바닥은 물론 사물의 모든 틈새에 소복히 쌓이는 이천십이년의 오월. 계절은 이미 바다 쪽으로 혹은 여름 쪽으로 세 걸음 다가섰다. 온통 변하는 것들 속에서 나는 새로울 것 없는 얼굴로 오월을 맞았다. 내 몸.. 어느푸른저녁 2012.05.08
믿음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확신에 찬 믿음에 이르게 하는 것일까? 처음에는 모바일 설문조사를 한다고 해서 잠깐이면 끝나겠거니 했는데, 그 설문조사란 것이 결국은 교회에 나오라는 미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설문조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재앙, 하나님, 의지나 믿음에 대해서 묻는 설.. 어느푸른저녁 2012.04.28
달이 뜨고 진다고 달이 뜨고 진다고 너는 말했다. 수천 개의 달이 뜨고 질 것이다. 네게서 뜬 달이 차고 맑은 호수로 져서 은빛 지느러미의 물고기가 될 것이다. 수면에 어른거리는 달 지느러미들 일제히 물을 차고 올라 잘게 부서질 것이다. 이 지느러미의 분수가 공중에서 반짝일 때 지구 반대쪽에서 손을 놓고 떠난 바다가 내게로 밀려오고 있을 것이다. 심해어들을 몰고 밤새 내게 오고 있을 것이다. - 이수정, 「달이 뜨고 진다고」 전문 *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를 이제서야 다 읽었다. 내가 평소에 읽는 속도로 봐서 비교적 빨리 읽었다고 해야할까?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한 짧막한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읽기에 그리 부담이 없었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산문집이라는 표현을 쓰고는 있지만, 어쨌거나 평론가의 책을 이토록 재밌게 읽은.. 질투는나의힘 201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