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고 조금은 슬프게 설이 지나갔고, 나는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큰집이 울산이라 울산에 다녀왔는데, 가는 길은 기차를 이용했다. 오랜만에 타 본 기차는 여전히 맘을 설레게 하는 낭만을 가지고 있었다. 크고 작은 짐보따리를 든 사람들이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기차의 호수와 좌석번호를 확인.. 어느푸른저녁 2012.01.24
순간순간 * 세상은 넓고, 읽은 건 많고, 인생은 짧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타까운 일이다.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고(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책을 읽는 것 또한 한정되어 있다. 경험의 폭과 지식의 폭을 넓히고 싶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이 .. 어느푸른저녁 2012.01.17
나와는 다른 사람 나와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는 얼마간 흥미진진하면서도 얼마간은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회식자리에서 그는 누구보다 씩씩하고 거침이 없었다. 그에 걸맞게 목소리가 남들의 두 배는 컸으며, 웃음소리 또한 식당이 떠나갈듯 울릴 정도였다. 스.. 어느푸른저녁 2012.01.10
얼마나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어야 * 그동안 익숙했던 사람들과 헤어짐의 인사를 하고, 새로 익숙해져야할 사람들과 만남의 인사를 했다. 만남과 헤어짐의 교차지점.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2011년을 떠나보내고 2012년을 맞이하는 날, 나는 새로운 곳에 발령을 받았다.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어느푸른저녁 2012.01.02
사라지지 말아요 # 2011년 12월도 이제 반이 지나갔다. 어느새 라던가, 눈 깜짝할 사이에, 혹은 벌써 같은 말들은 이미 너무 식상하다. 그건 내뱉자마자 아니, 내뱉기도 전에 이미 죽어버린 말과 같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부지불식간에 내 입을 통해 밖으로 내뱉어진다. 너무도 익숙하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 오후4시의희망 2011.12.21
7번 국도 이사를 했고, 이삿짐을 정리했고, 방을 닦고, 세탁기를 돌리고 밥을 먹었다. 이삿짐 센터의 직원들은 무거운 짐들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옮기는 것 같았다. 새로 이사온 집은, 지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좀 더 포근하고, 깨끗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리 많지 않은 짐이라지만 그래도 정.. 어느푸른저녁 2011.12.11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1. 이번 주 토요일에 이사를 한다. 오늘 여름옷과 책을 박스에 담아놓았다. 내일 본격적으로 짐을 쌀 예정이다. 몇 번 이사를 다녀보았지만 할 때마다 늘 귀찮고, 번거롭고, 싱숭생숭한 마음이 든다. 이런 어설픈 마음은 비단 이사를 해야하는 데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며칠 전, 내 뜻과는 .. 어느푸른저녁 2011.12.08
다 외로운 말 직장 동료가 그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외로워 보이죠?" 그는 대답했다. "내게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유일한 친구가 있다면 그건 외로움이에요. 그러니까 외로움과 나는 무척 친하다는 말이죠. 외로워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그녀는 재밌다는듯 큰 목소리로 웃었다. 그도 따라서 .. 오후4시의희망 201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