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3》, 휴머니스트, 2004. '존재'와 '존재자'는 다르다. 꽃의 모양과 색깔을 즐길 때, 우리는 그 꽃을 '존재자'로 대하는 것이다. 반면 시인의 체험은 분명 꽃의 아름다움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를 전율에 빠뜨린 것은 도대체 꽃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게 바로 '존재'의 체험이다. 과거의 예술은 존재자를 모.. 기억할만한지나침 2012.03.06
청양고추 퇴근을 하고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청양고추를 좀 샀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을 한 나 자신을 위로할 겸(위로하기 위해 청양고추를 산다는 건 어딘가 좀 이상하지만 뭐, 암튼), 쌓인 스트레스도 풀겸 뭔가 매운 것을 먹고 싶었던 것이다. 잡곡 반과 흰쌀 반을 섞어 밥을 안치고, 쌀.. 어느푸른저녁 2012.03.02
그냥 그렇게 태양은 거기서 그저 그대로 빛나고 있을 뿐인데, 겨울의 태양과 봄, 그리고 여름과 가을의 태양은 내게 엄연히 다른 것으로 느껴진다. 겨울의 태양은 태양이 거기 그렇게 찬란히 빛나고 있음에도 느끼지 못한채 몸을 움츠릴 뿐이고, 여름의 태양은 너무나 뜨거워 그늘만을 찾아 돌아다닌.. 어느푸른저녁 2012.03.01
잠 오늘 낮엔 하루종일 잠만 잤다. 어제 모임이 있어 칠곡에 갔었는데,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긴 했는데, 깨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소리와 담배냄새, 술로 인한 두통 때문에 깊은 잠을 들 수가 없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보니 어느새 아침이었고, 서둘.. 어느푸른저녁 2012.02.25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2》, 휴머니스트, 2003. 작품은 더 잘 이해되어야 할 '객관적'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의미의 이해란 곧 독자가 작품을 자신에게, 말하자면 그의 현재와 미래에 관련시키는 거다. 따라서 그건 매번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다. 작품의 의미는 시대마다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새롭게 탄생한다. 예술 작품은 .. 기억할만한지나침 2012.02.22
오늘 1. 요즘 건망증이 부쩍 심해졌다. 손에 연필을 들고 연필이 어디있냐고 찾으러 다니는 정도는 아니지만 자꾸 깜빡깜빡 하는 통에 나 자신에게 점차 자신이 없어진다. 여러가지 일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하나의 일을 정리하기도 전에 다른 일을 해야하기 때문일까? 며칠 전에는 결재판을 어.. 어느푸른저녁 2012.02.14
모두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의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 때문에 그 책을 읽게 되었는데, 사라진다는 사실에서 오는 안타까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후에도, 그 전에도 나는 언제나 사라진다는 것, 시간의 흐름과 상실 혹은 죽음이라.. 어느푸른저녁 2012.02.09
할아버지 그리 긴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닌데, 아주 많은 시간이 내게서 흘러가버린 것 같다. 내 안에서 나를 지탱하던 무언가가 툭, 하고 부러진 느낌, 가슴 한 켠이 휑하니 비워진 느낌, 시도 때도 없이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설명할 길 없는 감정의 덩어리 때문에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느푸른저녁 201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