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엽서 고작 이틀간의 여행이었는데, 무척이나 오랜 시간을 바깥에서 떠돌다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정이나 여행지 등을 결정하는데 내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직장에서 기획한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꽤 색다른 시간을 보내다 온 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충북 청원군의 상수허브랜드.. 어느푸른저녁 2011.11.27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건 없어 그 나이가 되면, 혹은 그 상황에 처하게 되면 생기는 공통의 관심사라는 것이 있다. 그러니까 초등학생이라면 초등학생들만의 고민과 생각, 결혼할 시기의 사람들이라면 결혼에 대한 고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이라면 육아에 대한 관심과 고민들 말이다. 그 시기가 아니.. 어느푸른저녁 2011.11.24
편혜영, 《재와 빨강》, 창비, 2010. 위험에 대한 경고는 언제나 실제로 닥쳐오는 위험보다 많지만 막상 위험이 닥칠 때는 어떤 경고도 없는 법이었다.(8쪽) * 멀고도 낯선 두 존재가 친밀한 관계가 되는 것도 그렇지만 그 관계가 끝나는 것도 명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언젠가 은하는 멀리 .. 기억할만한지나침 2011.11.20
하소연과 푸념 혹은 넋두리 내가 왜 이런 상황에 놓여야 하며,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정말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고, 억울하다면 억울한 일이다. 나는 단지 내가 해야 할 일을 했고, 그것을 보여준 것 뿐이다. 물론 돈이 연관되어 있고, 그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소홀함과 부당함 때문에 다소 .. 어느푸른저녁 2011.11.17
2011년 11월 14일 # 생각에 대한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요즈음 그런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무색, 무취, 무능의 나날들. 무언가에 대해서 또렷하게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그저 흐느적거리며 헤엄치는 해파리처럼 흘러가는 시간에 나를 그저 방치하고 있다. 이러다 나를 이루는 형체가 모두 무너져버.. 어느푸른저녁 2011.11.14
김중혁, 『악기들의 도서관』, 문학동네, 2008.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 소설집의 표제작인 <악기들의 도서관>에서 '나'는 교통사고를 당하는 순간 계시처럼 머릿속에 위와 같은 문장을 떠올린다. 그렇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할 것이라는 생각이, 눈덩이가 불어나듯 소설을 읽어나가는 .. 흔해빠진독서 2011.11.08
김중혁, 《악기들의 도서관》, 문학동네, 2008. 음악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는 것입니다. 그 말은 나를 괴롭히지만 때론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피아노의 건반을 누를 때마다 세상의 어떤 음악이 나를 관통한 다음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라진 음악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 기억할만한지나침 2011.11.06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이소라의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로 듣는 옛노래들은 더 절실하고, 더 슬프고,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렇게 시월의 마지막 날이 가고 있다. 그대 곁을 떠나는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사랑하는 그대여, 안녕. 오후4시의희망 201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