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웅진지식하우스, 2009. 일단 미시마 유키오의 화려한 문체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그의 초기작인 <가면의 고백>에서도 느꼈지만, <금각사>에서의 물 흐르듯 유려하고 화염처럼 뜨거운 문체는 내 맘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일어의 번역일 뿐인데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 흔해빠진독서 2009.10.23
가을 탓 계절 탓인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이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 든다. 특별히 피곤할 일도 없는데, 오히려 청명한 날씨에 머리가 더욱 맑아져야 할 터인데, 이상하게 머리가 무겁고, 눈이 뻑뻑하고 입술이 터서 신경이 쓰인다. 몇몇 사람들에게서 예전보다 더 마른 것 같다는 말을 .. 어느푸른저녁 2009.10.22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웅진지식하우스, 2009. 말더듬이가 첫마디를 소리내기 위해서 몹시 안달하는 동안은, 마치 내계의 농밀한 끈끈이로부터 몸을 떼어내려고 버둥거리는 새와도 흡사하다. 겨우 몸을 떼어 냈을 때에는 이미 늦은 것이다. 물론 외계의 현실은 내가 버둥거리는 동안, 휴식을 취하며 기다려 줄 것처럼 생각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억할만한지나침 2009.10.22
어둠 속에서 집 앞 골목길에 있는 가로등 하나가 꺼진 것일까? 생필품을 사러 마트에 갔다 오는 길에 유난히 짙은 어둠이 골목 곳곳에 침범해 있음을 느낀다. 어둠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고, 손에 잡힐듯 꿈틀거리며, 닿는 모든 것을 삼켜버릴듯 짙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심하게 부는 바람이 .. 어느푸른저녁 2009.10.19
글을 쓰려면 블로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글을 쓰려면 도시를 떠나지 말라,는 문장을 발견했다. 정확히 그 문장이 맞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어쨌거나 글을 쓰고 싶으면 늘 너무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도시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일게다. 산과, 나무, 돌과, 바람 같은 자연에 대해 쓰는 것은 실상 그.. 어느푸른저녁 2009.10.15
동굴을 숨기고 있는 산 * 삼척에 있는 대금굴을 보고 왔다. 보고 왔다는 말이 맞을까? 동굴 속에 들어가 본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경치를 둘러보고 왔다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수억년 전에 생성된 동굴 속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먼지보다도 가볍고, 찰나보다도 빠른 우리의 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어느푸른저녁 2009.10.13
적당량 해가 많이 짧아졌고, 아침 저녁으로 좀 더 서늘해졌다. 주인 할머니께서 작년에 주신 김치를 오늘 드디어 버렸다. 김치찌개를 끓이려고 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내 열어보았는데, 이건 도저히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김치의 색깔은 거무죽죽했고, 설명하기 힘든 묘한 냄새가 진동.. 어느푸른저녁 2009.10.11
방문자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어제, 오늘 내 블로그의 방문자 수가 천명을 넘다니! 크게 이슈가 될만한 글을 쓴 적도 없고, 유익한 정보로 가득한 곳도 아닌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 블로그를 클릭하는 것일까? 내가 예전에 쓴 I don't care 라는 제목의 글이 조회수가 가장 많은.. 어느푸른저녁 2009.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