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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주네, 『도둑 일기』, 민음사, 2008.

작가가 쓴 자전적 소설인 는 아마도 독자들의 오호가 분명히 갈리는 작품일 것이다. 아니, 단순히 좋고 싫음의 상태를 떠나서 읽을 가치도 없는 쓰레기나 배설물에 불과하다는 평가에서부터 악에서 피어난 한 떨기 꽃을 보는 것 같다는 무척이나 시적인 평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극과 극을 오가는 평가를 받을만한 작품인 것이다. 우선 나 자신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양극단의 심리상태를 경험했다. 그것은 참으로 묘한 기분에 빠지게 했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꼬아놓은 문장들을 대할 때면 갑자기 화가 치밀고 그 자리에서 미련없이 책을 집어던지고 싶다가도, 마음을 가다듬고 몇 번 그 문장을 곱씹다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무척이나 고귀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

흔해빠진독서 2009.11.16

장 주네, 《도둑 일기》, 민음사, 2008.

나는 그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벅찬 감정으로 말한다. 그 당시를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본래의 의미보다 쓸데없이 화려하고 매혹적이며 과장된 단어들이 떠오른다면, 아마도 그건 그 단어들이 드러내는 비참한 삶, 바로 내 것이었던 그 비참함을 의미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경이로움의 기원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그 비참함을 가장 고상한 물건들의 이름으로 기록하면서 그 시절의 명예를 되찾고 싶다. 나의 승리는 언어로 이룩된 것이다. 나로서는 그 호화로운 말들에 승리를 되돌려 주어야 하지만 그러한 미사여구를 구사하도록 하는 비참한 삶에 축복을 내릴 것이다.(82쪽) * 나는 너무나 무거운 슬픔을 몸에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일생을 계속 그렇게 떠돌게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