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아침, 온몸으로 데운 이불 속 온기를 박차고 나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세수를 한 후, 얼굴의 당김이 심해지고, 아무리 스킨 로션을 발라도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입술이 건조해진다. 뜨거운 커피와 뜨거운 국물이 더이상 어색하지 않다. 나무잎이 갈색으로 변하여 땅으로 자꾸 떨어지고, .. 어느푸른저녁 2009.10.08
떠들썩한 헛소동 제법 따가운 햇살이지만, 그늘 속에 들어가면 선듯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가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은 지나갔다. 제사를 지내러 큰댁에 내려가지 않은 나는 비교적 조용한 추석연휴를 보낼수 있었다. 추석 연휴도 짧은데다, 신종플루로 인해서 귀성길이 무척 복잡할 것이라는 .. 어느푸른저녁 2009.10.05
조직 인간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속해 있다. 속해 있다는 것은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위계질서가 확고한 집단의 구성원에게는 어쩌면 감옥과 같은 답답함을 주기도 한다. 귄위주의적인 조직의 한 구성원으로써 일을 해야만 하는 나는 매일 상사의 눈치와 비위를 살펴야 한다. 그것은 내.. 어느푸른저녁 2009.09.29
미안함을 모르는 사람 어떤 한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듣는 이의 동의를 구하지만, 상대방이 그의 말에 몇 마디의 말을 덧붙이려고 하면 무 자르듯 말을 자르고 자신의 처지를 또 장황하게 설명한다. 그가 하는 말에 담긴 상황이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바는 아니.. 어느푸른저녁 2009.09.28
촉, 촉, 한 비 . . . 비가 온다. 내려간 기온 때문에 창문을 닫고 있으니 빗소리가 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소식인 것만 같다. 지금 내리는 비는 여름의 거세게 울부짖는 비가 아니라 잔잔하게 일렁이는 눈물같은 비다. 촉촉한 가을비. 촉, 촉, 이라고 써놓고보니 정말 귓가에 촉, 촉 하는 빗소리가 들려온다. .. 어느푸른저녁 2009.09.27
루클라 공항 일상은 반복의 연속이다. 반복은 처음의 설렘과 기대, 긴장, 불안, 낯섦 같은 감정들을 완화시켜주고 종래에는 무마시켜버린다. 그런 완화와 무마를 통해 우리는 편안함을 얻기도 하지만 반대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편안함을 추구하며 그것에 안주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 어느푸른저녁 2009.09.26
시간이 멈춘 듯한 곳에서 그 학교는 읍내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원래 이 고장은 인근의 고장에 비해 산세가 험하여 육지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어있을 정도로 고립되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 고장에서도 무려 40분이나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란 도대체 어떤 곳이란 말인가? 올려다보면 온통 푸.. 어느푸른저녁 2009.09.22
사라진 시간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은 정말 금방 사라진다. 흐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다. 어디로, 어떻게 사라지는지 알 수 없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라진 시간의 환영 혹은 기억들 뿐이다. 그것은 현실에서 분명히 일어났지만 점차 꿈처럼 희미해지고 결국 그것이 실재.. 어느푸른저녁 2009.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