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996

낮에 만난 여인에게

오늘 여호와의 증인의 신자인듯 보이는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내게 착하게 생겼다고 말하고는 혹시 성경을 읽어보았냐고 물었다. 나는 지금 고향이 아닌 타지에 와 있어서 주말만 되면 집에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교회에 나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종교에 전혀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나 특별히 기독교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점심을 먹고난 후 약간의 시간이 남아 좀 쉬려고 마음 먹었던 내 계획이 그 여인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버려 내심 짜쯩이 밀려왔다. 귀찮아하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인은 커다란 화일을 내 앞에 척 펼치더니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성경이니, 영계니, 죽음이니 하는 말들을 쉼없이 쏟아내는 여인의 입과 얼굴은 그녀가 믿는 신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차 보였다. 하긴, 그렇지 않다면..

어느푸른저녁 2009.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