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996

초연한 눈빛을 가진 사람

아침엔 맑은 날씨였는데, 오후가 되니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급작스럽게 비가 쏟아지다 말다를 반복한다. 장마철이라서 그런가,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비 때문에 정신이 산란하다. 언젠가 내가 이런 날씨와 이런 하늘을 조울증에 걸린 것 같다고 표현했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기뻐하다가 순식간에 슬퍼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처럼. 날씨에 따라 기분이 좌지우지 되는 사람은 자연과 밀착되어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자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늘이 깨어지든, 빗줄기가 땅을 뚫든, 태양이 살갓을 태우든, 바람이 나무를 뿌리뽑든 전혀 신경쓰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만을 묵묵히 하는 사람. 초연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

어느푸른저녁 2009.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