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 산문, <슬픔의 왕, 죽음의 왕비> 중에서 떠난 자와 남겨진 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알고 싶다면 그들이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 살펴보라. 떠난 자가 감춘 것은 남겨진 자의 얼굴에, 남겨진 자가 감춘 것은 떠난 자의 표정에 드러나니까. 떠나든 남겨지든 모든 것을 말할 수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자는 어떤 것을 이야기할 .. 기억할만한지나침 2009.05.14
믿을 수 없이 치명적인 1. 진정으로 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날이었다. 바람은 선듯선듯하고, 햇살은 눈부시고 따뜻하며, 하늘과 구름은 거짓말처럼 파랗고 하앴으며, 나무는 저마다 다른 연둣빛으로 물든 오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에서 공을 차거나 학교 혹은 도.. 어느푸른저녁 2009.05.13
함정임,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 푸르메, 2007. 감탄하는 것도 능력이다. 반응하고, 표현하는 것도 능력이다. 불 꺼진 요트경기장, 철 지난 해운대 모래밭을 거닐며 계속 생각한다. 우리는 반응하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대를 향해, 아니 세상을 향해, 브라보! 외치는 일이 어쩌면 그동안의 삶을 뒤집는 일만큼이나 .. 기억할만한지나침 2009.05.12
개구리 울음소리 1.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가니 와글와글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근처에 논이 있었나? 이곳에 9개월 가량 있으면서도 정확히 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딘가 물이 흐르거나 고여있는 곳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왁자지껄하지만 결코 싫지 않은 그 울음 소리가 이 밤, 유난히 .. 어느푸른저녁 2009.05.08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로 타인을 규정짓고 상처주는 사람들이 세상엔 너무나 많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싶지만 사람들은 그런 나를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고치려든다. 발걸음이 여자같아, 목소리가 너무 가늘어, 뚜렷한 자기 주관이 있어야지, 운동을 좀 잘 해봐, 밥 좀 많이 먹어... 사소.. 어느푸른저녁 2009.05.06
실수하며 살자 며칠 전 구미에 교육을 가서 DISC라는 것을 배웠다. 일종의 성격유형을 분석하는 방법인데, 지난 육개월 동안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자가자신에 대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주도형(D), 사교형(I), 안정형(S), 분석형(C) 이렇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나는 분석형이 제일 높은 것.. 어느푸른저녁 2009.05.05
기차를 타고 1. 고작 나흘동안이었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내게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린 느낌이다. 허탈하다거나 슬픈 감정은 아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겨우 마을을 찾아낸 나그네와 같은 심정이랄까. 과정이야 어떠했든, 무언가를 끝냈을 때 오는 피곤함과 시원함 같은 것이 내 안에 가득하다. 2. 3박 4일 일정.. 어느푸른저녁 2009.04.30
누군가 그곳에 몸을 던진다하여도 1. 어제는 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덥더니 오늘은 비가 내린다. 덕분에 시원한 기분이다. 집에 내려갔다가 올라와서 컴퓨터를 켜고 플래닛에 들어온다. 비가오니까 왠지 피아노 곡이 듣고 싶어서 플래닛에 심어놓은 피아노 연주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지정해 두고 반복해서 듣고 있다. 내리는 비와 피.. 어느푸른저녁 2009.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