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1. 날이 다시 쌀쌀해졌다. 지난 며칠 따뜻했던 날들이 기억나 벌써부터 그립긴 하지만 그래도 3월인데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일게다. 매화는 벌써 피었다 지고, 벚꽃과 개나리가 필 차례인가. 출근하는 길에 어느 집 담장 안에 핀 개나리가 유난히 애처로워 보이는 .. 어느푸른저녁 2009.03.24
미셸 투르니에, 『외면일기』, 현대문학, 2006.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일기>를 읽다. 자신의 내면의 정신 상태나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 날씨라든지 이웃사촌, 나무와 꽃, 벌레와 고양이, 건축물 같은 것들에 대한 일기다. 짤막짤막한 단상들을 기록해 놓은 이 책은 모두 열 두 달.. 흔해빠진독서 2009.03.22
미셸 투르니에, 《외면일기》, 현대문학, 2006. 나는 자꾸만 어머니 릴핀느를 생각하게 된다. 그녀는 죽으면 화장해서 유골을 이 정원에 뿌려달라고 했다. 제 어머니를 불태운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불태우는 것이고 자기 자신의 유년시절을 불태우는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데는 이기심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 너 자신에 대하여 .. 기억할만한지나침 2009.03.22
한계 내가 글을 올린 어느 카페의 누군가의 덧글을 생각한다. 그는 내 글을 읽고 그게 내 한계라고 했다. 푸념과 허영에 지나지 않는다고. 처음 그 덧글을 읽었을 때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목에 걸린 가시처럼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의 말을 부정하면서.. 어느푸른저녁 2009.03.21
코끼리의 발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1. 무척 맑은 날씨. 낮에 패딩점퍼를 입고 거리를 걸었는데, 약간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같은 날씨라면 모든 겨울 옷들을 장롱 속에 넣어두어도 좋으리라. 더위는 내가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지만,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찰나의 따스함은 좋아한다. 엄마의 품 같은 따뜻함이 거기.. 어느푸른저녁 2009.03.16
기억나지 않는 꿈 굳이 프로이트를 말하지 않더라도, 꿈은 내가 실현하지 못한 어떤 욕망의 발현인 것이 분명하다. 어떤 꿈을 꾸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지만, 내 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이름이 있었고, 그 이름들은 마치 그들이 처한 상황이나 성격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어떤 징표 같았다. 꿈을 꾸.. 어느푸른저녁 2009.03.13
봄이 오는 소리 아, 이제 정말 봄이 오는가 보다.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매화는 앞다투어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목련이 제일 먼저 봄소식을 전해 줄 줄 알았는데 매화는 그보다 훨씬 일찍 피어서 사람들의 마음에 설렘을 심어준다. 매화 향기를 들이마시니 몸 저 깊은 곳에서 무언가 툭, 하고 끊어지.. 어느푸른저녁 2009.03.10
듀나, 『태평양 횡단 특급』, 문학과지성사, 2002. 처음 듀나의 글을 어떤 식으로 접했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아마도 인터넷으로 그(혹은 그녀)의 영화평론을 먼저 읽었는지도 모르고, 신문에 실린 칼럼을 먼저 읽었는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의 소설만은 제일 나중에 읽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나는 맨 처음부터 그가 소설인가인.. 흔해빠진독서 2009.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