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1. 대구에 출장을 다녀왔다.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이라는 곳에 가서 중소기업공공구매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거기서 나눠준 책은 무척이나 두꺼웠고, 틀어놓은 히터 때문에 강당 안은 나른한 공기가 감돌았고, 서울 본청에서 설명하려 온 사람의 음성은 무척이나 부드러워서 잠이 절로 왔다. 그래.. 어느푸른저녁 2009.02.13
장 그르니에, 《섬》, 청하, 1996.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가지 사건들은 ― 어쨌든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우리 자신의 가장 내밀한 곳에 감추어져 있던 것을 끊임없이 새로이 발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31쪽) * 동물들의 세계는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동물들이 잠자듯 엎드려 있는 것이 보기에 좋다... 기억할만한지나침 2009.02.08
쓸데없는 생각 요즘은 이 플래닛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떠나간 후에 남은 공허나 차가운 공기 같은 것이 지금 이 곳에도 강하게 남아 있다. 타인들이 내 플래닛에 들어올 수 있는 경로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고, 그건 바로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어쩌면 처.. 어느푸른저녁 2009.02.07
그럴 줄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냥 무작정 버스를 타고 싶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무심히 바라보고 싶었다. 버스를 타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던 생각들이 가라앉을 것 같았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버스를 탔다. 날씨는 무척이나 화창했고 버스기사는 생각보다 친.. 어느푸른저녁 2009.02.02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문학과지성사, 2008.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나는 우선 걱정이 됐다. 평소 김연수의 작품들이 내겐 너무 어렵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가 소설 속에 녹여놓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시선이 내겐 무겁고 부담스럽게 다가왔었다. 그건 내가 가진 지식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 흔해빠진독서 2009.01.30
사소한 독백 사소한 말에 쉽게 상처받는 것도 병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아프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정말 아무렇지 않게 웃어 넘겨버릴 수 있는 말인데. 어쩌면 상대방이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렸기 때문에 더 상처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다. 나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 사람이 왜 그런.. 어느푸른저녁 2009.01.30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문학과지성사, 2008. 이제는 알겠다. 사랑은 여분의 것이다. 인생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찌꺼기와 같은 것이다. 자신이 사는 현실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테츠트보』라든가, 니콜라예프스크 같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단어들 속에서, 열병에 걸린 듯 현기증을 느끼며 사랑한다.. 기억할만한지나침 2009.01.27
별이 지나가는 길을 본 적 있니 0. 별이 지나가는 길을 본 적 있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있는 것처럼. 1. 이상은의 소울메이트라는 노래를 듣고 있다. 이상은 특유의 까슬까슬하고도 여운이 남는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 내 가슴 속에 울린다. 날이 더 추워져서일까? 설 연휴를 맞아 다들 분주히 선물을 주고 받는 사람들 틈에 휩쓸려 .. 어느푸른저녁 2009.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