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여 - 유치환 가난하여 / 유치환 가난하여 발 벗고 들에 나무를 줍기로서니 소년이여 너는 좋은 햇빛과 비로 사는 초목 모양 끝내 옳고 바르게 자라거라 설령 아버지의 자애가 모자랄지라도 병 같은 가난에 쥐어 짜는 그의 피눈물에 염통을 대고 작은 짐승처럼 울음일랑 울음일랑 견디어라 어디나 어디나 떠나고 싶.. 질투는나의힘 2005.03.13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 볼 때 .. 질투는나의힘 2005.03.06
사평역에서 - 곽재구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질투는나의힘 2005.03.06
노을 - 배용제 노을 - 배용제 사라진 것이 아니다 해가 질 때 지상의 먼지들이 붉게 타오르는 건 아직 뜨거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소멸을 위한 춤이 아니다 무거운 형체를 꺼내놓고 잠시 한때의 가벼움을 향하여 제사를 올리는 것, 환생의 사원에 들러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우주에서 사라지는 것은 없다,.. 질투는나의힘 2005.02.27
그 오래된 사랑에 대해서(황석영, '오래된 정원'을 읽고) 사랑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세상엔 '독일인의 사랑'이나, '좁은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같은 류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우리들이 그렇게 믿고 싶은 환상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책들이 고전이란 이름하에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반증한다. 존.. 흔해빠진독서 2005.02.13
살아 있습니까? 그렇다면 사랑합니다.(김주희, '피터팬 죽이기') 이 책은 지난 7월달에 산 책이다. 지독히도 더운 날, 나는 서점에 들어가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피터팬 죽이기'...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 소설은 쉽게 말해 피터팬이 후크선장이 되어야만 하는 현실과 그러한 현실에서 방황하고 고뇌하는 젊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현실에.. 흔해빠진독서 2005.02.13
소리 소문 없이 그것은 왔다 - 이철성 소리 소문 없이 그것은 왔다 - 이철성 소리 소문 없이 그것은 왔다.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이라 불렀다. 깊은 곳에 웅크린 외로움 외로움이 독을 마신다. 그리고 의식을 잃는다. 가난한 흰 들판에 뚝, 뚝, 저녁 핏물이 든다. 그리고 의식을 되찾자 사람들은 사랑이 떠나갔다고 했다. 소리 소문 없이 그것.. 질투는나의힘 2005.02.08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 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질투는나의힘 2005.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