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놀이패의 몸짓처럼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러워져 나와보니, 사람들이 둥글게 빙 둘러 앉아 있고 그 중앙엔 진한 화장을 한 한복을 입은 배우들이 나와 연기를 하고 있더군요. 내용은 심청전과 춘향전 그리고 흥부전을 한데 섞어놓은 창작극이었는데 제목이 '흥부네 박터졌네'였어요. .. 어느푸른저녁 2005.03.20
꿈과 현실 사이에 있는 것 그게 뭘까요.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법학과인데, 부전공을 할 생각으로 국문과 수업을 듣거든요. 국문학은 제게 꿈을 꾸게 해주지만, 법학은 제게 현실에 발을 디디라고 말을 해요. 이런 생각을 누군가에게 말하니까 사람이 빵없이 살수 있느냐고 그러더군요. 그때 생각했죠. 나는 빵조차 .. 어느푸른저녁 2005.03.20
나의 나날들 요즘 하루의 일과가 너무나도 빨리 흘러간다. 복학하기 전에는 바쁘게 사는 사람들을 동경했건만, 이젠 내 시간들이 내 의식보다 빨리 흘러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서 있는지도 모를지경이다. 그 시간의 차이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나는 어디쯤 와있고 어디로 가야하나. 이 울렁거리는 삶의 멀미. .. 어느푸른저녁 2005.03.20
때론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이고 싶다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문득, 삶을 그렇게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읽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과 존 업다이크나 잭 케루악 같은 작가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때론 도서관 지하에 거대한 동굴이 있어 굉장한 모험을 하는 상상에 빠지기도 .. 어느푸른저녁 2005.03.20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영화 '일포스티노'는 칠레의 유명한 시인인 네루다가 이탈리아의 한 어촌 마을에 머무르게 되면서 그의 우편물을 배달하게 되는 마리오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무식하지만 시적 감수성이 풍부한 마리오는 어느날 네루다에게 그가 쓴 시의 한 구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그러자 네루다는.. 어느푸른저녁 2005.03.20
폭설, 고립감, 거리. 폭설 누군가 작정을 하고 하늘에 있는 모든 구름들을 갈기 갈기 찢어 한꺼번에 뿌려대듯, 사납게, 제가 사는 이곳에도 폭설이 내렸습니다. 듣기로는 3월달에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적은 백년만에 처음이라고 하는군요. 눈은, 속도를 잊은 차들의 시커먼 차체 위로,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전선 위로, 가.. 어느푸른저녁 2005.03.20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힘이 들때, 피가 물보다도 못함을 느낄 때, 슬픔에 목이 메일 때, 힘껏 소리를 지르며 발악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때, 죽음같은 막막함, 그런 막막함만이 내안에서 나를 짓누를 때, 참아도 참아도 고장난 수도처럼 콸콸 눈물이 쏟아질 때,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 어느푸른저녁 2005.03.20
손톱만큼 당신은 어떨 때 시간의 흐름을 느끼나요? 평소엔 아무 생각없이 앞만 보며 살아가다가 문득 달력이 한장 넘어갈 때 인가요, 아니면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월요일이 왔을 때 인가요. 저는 얼마만큼 길어있는 손톱을 볼 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시간의 흐름에 가장 정직한 것. 몸소 느끼는 생의 미련. 얼만.. 어느푸른저녁 200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