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나는 그 일을 생각해왔다. 생각하고 생각해 마침내는 이해해보려고 나는 이 방에 머물고 있다. 오래전, 이 방 바깥에서 내 등을 두드리며 나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 이가 누구였는지 모르겠다. 그의 이름이 뭐였는지 내가 어쩌다 그 사람을 만났는지 그가 내게 중요한 사람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조차 기억해낼 수 없다. 밤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어. 컴컴한 모퉁이에서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이 이해할 수 있다는 나를, 나는 왜 이해할 수 없는가.(황정은, '웃는 남자' 중에서 - 소설집, 『아무도 아닌』 수록) * 오래전 황정은의 을 읽었을 때만 해도 나는 이 작가에 대한 막연한 인상만을 품고 있었다. 지금 그 소설의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