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투표장에 도착했다. 사전투표의 영향인지 아니면 원래 선거인이 적은 건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소독젤로 손을 소독하고 신분증을 제시하고 명부에 내 이름을 적은 뒤 투표용지를 받았다. 무려 열네 명의 후보가 나온 제20대 대통령 선거였다. 엄마 혹은 아빠의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투표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무어라 설명을 했고 아이들은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부모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 모습이 무척 의미 있게 느껴졌다. 투표를 하고 집으로 바로 가려 했으나 날씨가 가만 놔두질 않았다. 투표장이 설치된 학교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입고 있는 패딩점퍼가 거추장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