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한트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2009.
블로흐는 문가에서 팔에 수건 한 묶음을 얹고 그 위로 회중전등을 든 아가씨를 보았다. 그가 아는 체를 하기도 전에 그녀는 복도로 나가 버렸다. 그녀는 문에 대고 잠을 깨워 미안하다고 했지만, 블로흐도 동시에 그녀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 복도로 나갔지만, 그녀는 다른 방에 들어가고 없었다. 블로흐는 자기 방으로 다시 돌아와 열쇠를 분명히 두 번 돌려서 문을 잠갔다. 나중에 그는 방 몇 개를 지나 아가씨를 뒤쫓아 가서 자기가 아까 착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수건을 세면대 위에 놓고 있던 아가씨가 "네, 저도 착각했어요."하고 대답했는데, 그녀는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복도 끝 계단에 서 있는 버스 운전사를 그와 혼동하고, 그가 이미 방에서 나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