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 다른 인간 나는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여러 유형의 다른 인간이 되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랐다. 알지 못하는 나라의 깃발 아래서 누군가 다른 사람으로 죽기를 바랐다. 단지 오늘이 아니라는 이유로 훨씬 더 나아 보이는 어떤 다른 시대에, 제국의 황제로 선포되고 싶었다. 영롱하게 빛나.. 불안의서(書) 2017.05.07
론 마라스코, 브라이언 셔프, 『슬픔의 위안』, 현암사, 2012. 그동안 슬픔에 관한 책을 읽어보았던가. 그러니까 어떤 책을 읽고 나서 슬퍼진 기억 말고, 슬픔 그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글을 읽어보았던가, 생각했다. 슬픔을 담고 있는 책은 많다. 슬픔을 느끼게 하는 책은 많다. 슬픔은 우리 감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심지어 나는 우리.. 흔해빠진독서 2017.05.01
어떤 고독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지나쳤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때론 고독감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위안을 주기도 했다. 익명의 사람들 틈에서 나역시 익명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들은 모두 다 다르게 생겼지만 모두 다 똑같.. 어느푸른저녁 2017.04.23
론 마라스코 · 브라이언 셔프, 《슬픔의 위안》, 현암사, 2012. 우리는 슬픔에 젖으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슬픔은 우리를 적신다. 슬픔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삶에 틈입한다. 그럴 때 우리는 기습 공격을 받은 것처럼 당황한다.(12쪽) * 슬픔에는 절대적인 것이 없다. 쉽게 견딜 비법도 없고, 빠져나갈 구멍도 많지 않다. 슬픔처럼 개인적인 경험을 이.. 기억할만한지나침 2017.04.18
뿌리와 생명으로 자신의 장소와 연결되어 있는 * 그 느낌, 한 때 고향을 가졌었다는, 그 느낌! 한때 나는 세상의 어느 작은 장소에 있는 모든 집들과 모든 창들과 그 안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한때 나는 이 세상의 어느 특정 장소와 연결되어 있었다. 뿌리와 생명으로 자신의 장소와 연결되어 있는 한 그루 나무처럼!(66쪽, .. 어느푸른저녁 2017.04.16
미묘하고 흐릿한 고통 내면의 고통이 있는데 그것이 너무도 미묘하고 흐릿하여 우리는 그 고통이 몸에 속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 영혼에 속하는 것인지, 또는 삶의 덧없음 때문에 느끼는 불안인지 아니면 위장인나 간 또는 뇌 같은 우리 몸 속 신체기관의 심연에서 솟아나는 불쾌한 기분 탓인지 구별할.. 불안의서(書) 2017.04.15
그저 벚나무 아래를 걸었을 뿐인데 벚꽃을 보러간 건 아니었다. 다른 볼일이 있어 갔다가 벚꽃축제 기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가게 되었다. 영화를 볼 생각은 없었다. 역시 다른 볼일이 있었는데 허탕을 치고나니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았고, 벚꽃을 보았다. 마치 영화를 보기.. 어느푸른저녁 2017.04.10
바야흐로 4월, 봄 주말 내내 사택에만 있었습니다. 금요일부터 목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토요일 아침엔 몸살로 일어나지를 못했습니다. 밤새 끙끙 앓고 나서 겨우 일어나보니 토요일 오후더군요. 이렇게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어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밥을 먹었습니다. 약을 먹기 위해서 말입니다. 다행히 예.. 어느푸른저녁 2017.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