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산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누군가와 마음을 다해 만날 때면 '사귄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산다'라고 이야기 한다. "나는 너를 산다" 그 말이 그렇게 근사할 수 없었다. 그 어떤 표현보다 진하게 들리는 '너를 산다'는 것은 어쩌면 여기가 아닌 그곳을 사는 여행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 어느푸른저녁 2016.10.31
천천히 * 시월도 이제 하루 남았다. 제법 선선한 날씨에 천천히 걸으며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느껴본다. 횡단보도 표시판처럼, 천천히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어느푸른저녁 2016.10.30
오스카 와일드, 《심연으로부터》, 문학동네, 2015. 당신한테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고통은 우리를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야. 고통만이 유일하게 우리가 살아 있음을 의식하게 해주기 때문이지. 과거의 고통에 대한 기억은 우리에게 꼭 필요해. 그건 우리의 지속적인 정체성에 대한 보증서이자 증거 같은 것이거든. 나 자신과.. 기억할만한지나침 2016.10.23
내일의 나를 위해서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아직 정오의 햇볕은 따갑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가, 아, 이제 여름은 지나갔구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하긴, 이제 시월도 중순을 지나고 있으니까요.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축제의 계절이기도 한가 봅니다. .. 어느푸른저녁 2016.10.16
박새별 - 사랑이 우릴 다시 만나게 한다면 사랑이 우릴 다시 만나게 해준다면 나 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그댈 보내고 내가 얼마나 많은 밤들을 혼자 그리워하는지 그댄, 그댄 모르죠 사랑이 우릴 다시 만나게 해준다면 나 그땐 좀 더 온전히 그대를 사랑할게요 어렸었던 우리 지난날 엇갈림 속에 수많은 차가운 말.. 오후4시의희망 2016.10.09
오늘의 나, 내일의 존재 이것은 내가 오늘 오후 믿고 있는 생각이다. 내일 아침이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 있다. 내일 아침에 나는 또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내일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나는 모른다. 내일의 일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내일의 존재가 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믿고 있는 영원한 신.. 불안의서(書) 2016.10.07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팀 버튼 감독의 은 슬픈 영화였다. 영화의 결말 슬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 전체를 감싸는 정서가 그렇다는 말이다. 이것은 어쩌면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미스 페레그린과 아이들과의 관계가 개연성이 부족하고(정서적 연결고리가 약하고), 할로우들과의 대립과 타임 루프라는 설정이 전체적으로 산만하게 느껴진다고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미스 페레그린과 아이들이 무한 타임루프 속에서 영원히 젊은 채로 살아간다는 설정 자체가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그들만의 세상에서 행복하게(그런데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살아간다는 것 자체 말이다. 그것은 운명적 체념이 아닌가? 또 누군가는 이 영화를 팀 버튼표 엑스맨이라고 했다. 그것은 .. 봄날은간다 201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