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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김지운 감독의 은 심리드라마였다. 최초에 내가 생각한 의 화려한 액션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최소한도로만 있었다. 이 영화는 그러니까, 이정출 역의 송강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어떤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는 또한 빛과 어둠, 그 명암의 대비가 도드라지는 영화이기도 했다. 이정출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의 변화 혹은 그가 처한 미묘한 상황을 명암의 대조로 표현해내고 있고, 그것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액션보다는 각각의 인물들의 관계와 그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가 상당히 인상적인 영화다.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영화는 무엇보다 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이정출 역의 송강호는 물론 공유의 연기도 좋았지만, 하시모토 역의 엄태구가 상당히 강렬한 인상..

봄날은간다 2016.09.25

모래의 집

그리고 그녀는 자주 잊었다, 자신의 몸이(우리 모두의 몸이) 모래의 집이란 걸. 부스러져왔으며 부스러지고 있다는 걸. 끈질기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 한강의 최근 소설 을 읽고 있는데, 저 문장이 나왔다. 나는 저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어쩌면 평범하고, 누구나 다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를, 아니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저 문장들을. 처음에는 마지막 문장에 눈길이 갔는데, 자꾸 읽을수록 첫 문장에 눈길이 머문다. 우리는 우리의 몸이 모래의 집이란 걸, 부스러져왔으며 부스러지고 있다는 걸, 끈질기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엄연한 사실을 자주 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우리가 흘러내린만큼 무언가를 채울 수 있는 것일까, 그저 흘러내리고 흘러내려 종래에는 텅 비..

어느푸른저녁 201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