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젖다 계속 비가 온다. 그칠 것 같지 않은 비다. 언제까지 오려는지 모르겠다. 일기예보는 다음주까지 비를 예고하고 있다. 작년에도 장마는 있었고, 태풍도 왔겠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오로지 지금 내리는 저 비가 생전 처음 맞는 비같다. 본격적으로 비가 온지는 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 같.. 어느푸른저녁 2016.07.06
적응하려고 애쓸 뿐이에요 일주일 동안 저녁마다 술을 마셨다. 잘 마시지도 못하고, 마셔서도 안되는 술을 일주일 내내 마시니, 내 정신이 내 정신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많은 술을 마시지는 않았지만(그러지도 못하지만), 매일 마셔야 했기에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일터에서는 인사이동이 있었고, 나 .. 어느푸른저녁 2016.07.02
우리의 진실한 모습은 오직 우리가 꿈꾸는 것뿐 우리의 진실한 모습은 오직 우리가 꿈꾸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현실이라는 여분으로, 우리가 아닌 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속한다. 내가 꿈을 이룬다면 꿈은 아무런 저항 없이 기꺼이 현실에 동화되면서 나를 배반하고 떠나가버릴 것이고, 나는 질투에 휩싸일 것이다. 누군가, 나는 꿈꾸는 .. 불안의서(書) 2016.06.25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관계일지도 모르지만 알고보면 전혀 이상할 것 없는 관계 1. 네, 그동안 몇 편의 영화를 보고, 몇 권의 책을 읽었지만, 그것에 대해 한 줄도 쓰지 못했습니다. 분명 그것들은 내 마음에 미세하게나마 파문을 일으켰지만, 그것의 무늬를 그려내는 일이 어쩐지 성가시다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냉장고의 식재료가 떨어져가는데도 마트에 갈 생각을 하.. 어느푸른저녁 2016.06.20
바깥에 사는 사람 바깥에 사는 사람 버스에 가장 오래 앉은 사람은 가장 바깥에 산다 그곳은 춥다 버스에 외투를 벗어두고 종점에서 내린 적이 있다 다른 나라 더운 도시의 공항이었다 맨발로 비행기에 올라 더 멀리 나는 갔었다 옆자리에는 같은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의 이어폰에서 찌.. 질투는나의힘 2016.06.13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현대문학, 2016.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소설가란 불필요한 것을 일부러 필요로 하는 인종'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가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바로 그런 불필요한 면, 멀리 에둘러 가는 점에 진실, 진리가 잔뜩 잠재되어 있다, 라는 것입니다. 어쩐지 강변을 늘어놓는 것 같지만 소설가는 대.. 기억할만한지나침 2016.06.12
애정과 증오 타인의 애정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없다. 그것은 타인의 증오보다 더욱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증오는 애정만큼 의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증오는 불쾌한 감정적 충동이므로, 증오를 느끼는 사람은 무의식중에 증오를 억제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오 역시 애정과 마.. 불안의서(書) 2016.06.11
우이동 예전에 읽었던 배수아의 단편소설 <우이동>이 생각났다. 《훌》이라는 제목의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인데, 연휴동안 부산과 통영에 다녀온 뒤, 무언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자 배수아의 그 소설이 생각난 것이다. 오래 전에 읽어서 대략적인 줄거리와 분위기 정도만 머릿.. 어느푸른저녁 201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