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흰』, 난다, 2016. '그 흰, 모든 흰 것들 속에서 당신이 마지막으로 내쉰 숨을 들이마실 것이다.'(129쪽) 1. 두 개의 문장 이 소설을 읽고 나는 두 명의 작가가 생각났다. 정확히 말해, 두 명의 작가가 각자 쓴 책의 어떤 구절이 떠올랐다. 하나는 에밀 아자르의 <가면의 생>이고, 또 하나는 배수아의 <올빼.. 흔해빠진독서 2016.12.05
다른 꿈의 풍경 우리가 꿈꾸는 풍경은 우리가 보았던 풍경의 안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꿈을 꾸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권태만큼이나 권태롭다.(688쪽,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봄날의책, 2014.) * 우리가 꿈꾸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보았던 안개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꿈꿀 수 .. 불안의서(書) 2016.12.03
12월, 경주 * 경주에 다녀온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간 경주에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냥 일 때문에 가게 된 것이기에 개인적으로 어딘가를 구경하러 다닐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건 경주를 다녀왔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번에 간 경.. 어느푸른저녁 2016.12.03
단념하는 인간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든 인간의 고집스러움과 비타협적인 성향은 아마도 무언가를 오래 고집하였거나, 수많은 시행착오로 인하여 한가지 생각이 고착화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수없이 단념하였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그러니까 수많은 패배와 질투, 오해와 .. 어느푸른저녁 2016.11.24
겨울의 초입에서 가을을 보고 왔네 * 미묘하게 다른 나무와 숲. 미묘하게 다른 공기. 미묘하게 다른 색깔과 곡선. 미묘하게 다른 사람들의 얼굴과 거기서 나오는 미묘한 표정. 그것들을 음미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았던 2박 3일간의 여정. 어느푸른저녁 2016.11.21
이소라 -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려 한다고 괜한 헛수고라 생각하진 말아요 내 마음이 헛된 희망이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정상이 없는 산을 오르려 한다고 나의 무모함을 비웃지는 말아요 그대 두 손을 놓쳐서 난 길을 잃었죠 허나 멈출 수가 없어요 이.. 오후4시의희망 2016.11.14
삶의 경악 모순의 문장으로 사고하면서 소리가 아닌 소리로, 색채가 아닌 색채로 말한다. 우리가 의식을 갖지 않을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인 것은 우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해가 불가능한 그 내용을 이해한다. 그 역시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다. 이 모두를 사물의 영적인 .. 불안의서(書) 2016.11.06